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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리뷰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리뷰: 가짜 결혼의 현실적 로맨스와 사회적 메시지, 가키 유이와 호시노 겐의 완벽한 케미스트리

by 토모타임 2025. 8. 30.
목차

    2016년 일본 TBS에서 방영된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는 현대 일본 사회의 문제점들을 로맨스라는 장르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수작 드라마입니다. 해외에서는 'We Married as a Job'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이 작품은, 취업난과 결혼 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어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포스터

    1. 가짜 결혼이라는 설정 속에 담긴 현실적 로맨스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계약 결혼'이라는 설정입니다. 취업에 실패한 25세 여성 모리야마 미쿠와 35세 독신 직장남 츠자키 히라마사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가짜 부부가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미쿠는 일자리를, 히라마사는 깔끔한 집안일을 원하는 상호부조의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이 설정이 흥미로운 이유는 현대 사회의 경제적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쿠의 '가사 노동도 정당한 일'이라는 주장은 단순히 드라마적 장치를 넘어서 실제 사회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두 사람이 계약서를 작성하고 월급을 주고받는 과정은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입니다. 특히 미쿠가 가사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히라마사가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재고찰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가짜 관계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감정 변화는 급작스럽지 않고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통해 조금씩 발전해나갑니다. 함께 요리하고, TV를 보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그려져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2. 현대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다룬 사회적 메시지

    드라마는 로맨스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안에는 현대 일본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청년 실업 문제입니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정규직을 구하지 못해 부모님 댁에서 지내는 미쿠의 상황은 현재 많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상황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 구조적 문제임을 암시합니다.

    또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회사 일에만 매몰되어 개인적인 삶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히라마사의 모습은 현대 직장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미쿠가 그의 생활에 들어오면서 그가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혼 제도에 대한 새로운 관점도 제시됩니다. 전통적인 결혼 관념에서 벗어나 서로의 필요와 합의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파트너십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드라마적 설정을 넘어서 현대 사회에서 결혼이 가져야 할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성 평등 문제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가사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남녀가 동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재고찰을 유도합니다.

    3. 가키 유이와 호시노 겐의 완벽한 케미스트리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의 성공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연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와 케미스트리입니다. 가키 유이가 연기한 모리야마 미쿠는 밝고 긍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사고를 하는 현대적 여성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당당함을 보여줍니다. 가키 유이는 이러한 캐릭터를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으로 연기해냅니다. 특히 히라마사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미묘한 감정 변화가 매우 섬세하고 자연스럽습니다.

    호시노 겐이 연기한 츠자키 히라마사는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내면은 따뜻한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IT 엔지니어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성격을 보여주면서도, 점점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집니다. 호시노 겐의 담담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연기는 캐릭터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정말 완벽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두 사람이 점점 자연스러운 부부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일상적인 대화 장면에서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호흡과 눈빛 교환은 정말 실제 부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드라마의 명장면들 대부분이 이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과 케미스트리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4. 일상 속 소소한 행복과 따뜻한 휴머니즘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게 해주는 따뜻한 시선입니다. 거창한 사건이나 극적인 갈등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요리하고, 청소하고, 대화하는 평범한 일상들이 더 큰 감동을 줍니다. 미쿠가 히라마사를 위해 도시락을 싸주는 장면, 히라마사가 미쿠의 취업을 위해 면접 연습을 도와주는 장면 같은 소소한 순간들이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두 사람이 점점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매우 현실적이고 따뜻하게 그려집니다. 미쿠는 히라마사의 불안감과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고, 히라마사는 미쿠의 꿈과 고민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은 드라마 전체에 따뜻한 휴머니즘을 불어넣습니다. 주변 인물들도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히라마사의 이모 부부, 미쿠의 가족들, 직장 동료들까지 모든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마지막 회에서 보여지는 '코이 댄스'는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어색하고 서툴지만 진심 어린 두 사람의 춤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과 함께 삶에 대한 긍정적 에너지를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