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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리뷰

일본 드라마 '아수라처럼' : 등장인물과 줄거리, 그리고 개인적인 후기

by 토모타임 2025. 8. 24.

1. '아수라처럼', 가족극으로서의 특징

이 작품은 거창한 반전보다 식탁과 거실에서 생기는 미세한 떨림을 오래 보여 줍니다. 한 집에 네 사람이 모여 있으면 말보다 눈빛이 먼저 흔들리고, 침묵 하나로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자매를 축으로 한 가족극은 몇 가지 특징이 뚜렷합니다. 첫째, 대화에 빈칸이 많습니다. 같은 사실을 두고도 각자가 다른 기억을 꺼내어, 말하지 않은 대목이 오히려 더 큰 압력을 남깁니다. 둘째, 소문·편지·메모 같은 간접 화법이 자주 쓰입니다. 돌려 말하는 습관이 의심을 길게 이어 주고, 그 의심이 관계의 겹을 드러내면서 갈등이 깊어집니다. 셋째, 일상의 사소함이 증거로 작동합니다. 컵의 물 자국, 코트의 냄새, 현관에 놓인 신문 한 줄이 마음의 방향을 바꾸고, 작은 오해가 한 계절을 흔듭니다. 화면의 질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겨울 공기가 밴 도시 풍경, 오래된 목제 가구의 거친 결, 손을 씻는 소리 같은 생활의 소음이 정서의 바탕을 깔아 줍니다. 저는 이 장르가 결국 “정답이 아니라 덜 상처 나는 문장”을 찾는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과와 분노 사이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버티는 힘이 곧 관계의 내구성입니다. 그래서 페이스를 서두르지 않는 연출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표정 하나, 숨 한 번, 컷 전환의 템포만으로도 오래 쌓인 공기가 또렷해지고, 보는 사람도 자연스레 속도를 낮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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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수라처럼'의 등장인물 소개

네 자매는 성격도 호흡도 다르지만, 어느 날 전해진 한 소식 앞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됩니다. 장녀 츠나코는 체면과 책임을 중시하는 성격입니다. 조심스러운 말투와 느린 호흡으로 균형을 지키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한마디로 흐름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둘째 마키코는 판단이 빠르고 의심이 들면 끝까지 확인하려 합니다. 겉으로는 이성적이지만 가족 앞에서는 마음이 먼저 튀어나와 갈등의 불씨가 되곤 합니다. 셋째 타키코는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인물입니다. 부당하다고 느끼면 증거부터 모으는 실천형이라 사건의 가속 페달을 밟습니다. 막내 사키코는 가장 어린 만큼 경쾌한 리듬을 가져오고, 무심한 말 한 줄로 장면의 숨은 층위를 다른 각도로 비춥니다. 부모 세대의 코타로와 후지는 오랜 생활의 관성이 만든 거리감을 상징합니다. 편지 한 통, 신문 지면의 단락 하나가 이 가족의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만들고, 네 자매의 다른 습성이 맞물리며 잔가지를 하나씩 쳐 냅니다. 각자의 결핍은 약점이면서도 서로의 빈틈을 메우는 장점이 됩니다. 저는 특히 누군가가 말을 아끼고 다른 누군가가 끝까지 듣는 순간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큰 제스처 없이도 어깨의 각도나 고개 끄덕임의 속도만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그 작은 합의가 다음 장면의 선택을 견인합니다. 인물 소개가 장황하지 않아도, 장면을 두세 번 지나면 각자의 생활 방식이 명확해지고, 그 방식이 곧 서사의 엔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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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략적인 전체 줄거리와 시즌 구성 안내

계절은 겨울, 배경은 도시의 오래된 동네입니다. 오랜만에 한집에 모인 네 자매는 아버지에게 다른 관계가 있다는 풍문을 듣고 각자 상상 속 그림을 그립니다. 어느 날 신문에 실린 편지가 불씨가 되어, 그 사실을 어머니에게 숨길지 알릴지부터 합의를 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의심이 방향을 잃기 쉽다는 점입니다. 글을 쓴 사람이 내부인지 외부인지, 누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호하니 대화는 곧장 감정의 영역으로 미끄러집니다. 이 이야기의 초점은 “사건 해결”보다 “정확한 이름 붙이기”에 가깝습니다. 흐릿한 사실에 말이 붙고, 말에 상처가 따라오며, 상처를 정리하는 새로운 문장이 다시 필요해집니다. 초반에는 풍문의 진위를 가늠하는 단계가 길게 이어지고, 중반부터는 각자의 과거와 욕망이 구체적 사건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부모 세대의 시간이 가시화되고, 자식들이 떠받치던 ‘가족’이라는 형태가 서서히 다른 모양으로 재배열됩니다. 장면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밀도가 높습니다. 현관, 부엌, 거실, 근처 공원 같은 반복되는 공간이 감정의 변화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회차가 닫히는 순간에도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열립니다. 구성은 단일 시즌이며 편수는 많지 않습니다. 짧은 호흡 안에서 질문과 침묵이 차례로 쌓여 여운을 남기고, 다음 날 문득 떠오르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저는 이 구성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라고 봅니다. 남겨진 질문이 시청 후의 삶으로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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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중의 평가와 나의 개인적인 시청 소감

공개 직후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었습니다. 빠른 반전 대신 섬세한 각본과 차분한 연출을 내세웠고, 배우들은 큰 감정 표현을 아끼며 미세한 표정과 호흡으로 장면을 채웠습니다. 과장된 음악이 감정을 밀어붙이지 않는 점도 호평이었습니다. 저는 몇 장면을 오래 붙들었습니다. 장녀가 싱크대 앞에서 물을 털고 멈칫하는 순간, 둘째가 신문을 접어 탁자 모서리에 올려두는 동작, 셋째가 농담으로 공기를 풀었다가 곧바로 시선을 떨구는 표정, 막내가 뜬금없이 꺼낸 기억이 모두의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장면이 선명했습니다. 큰 폭로보다 작은 습관이 진심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다시 배웠습니다. 이 드라마는 울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필요한 문장을 찾을 때까지 말수를 줄이고, 서로의 속도를 맞추는 연습을 제안합니다. 마지막 회를 덮고 나니 질문이 하나 남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당장 꺼내야 할 말은 무엇인가. 오래 미뤄 둔 대화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써 보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작품은 삶의 속도를 조정하는 리모컨 같습니다. 잠시 멈추고 듣고, 그다음에 말하도록 부드럽게 방향을 틀어 줍니다. 현실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덜 상처 나는 길을 고르도록 돕습니다. 그 정도면 드라마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아수라처럼'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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